다저 스타디움의 방문은, LA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2014년부터 MLB를 보기 시작한 나는 LA Dodgers의 big fan이다. 2014년은 류현진 선수가 다저스 선수로 활약하고 있던 시기로 류현진 선수와 LA 다저스에 대한 각종 기사와 영상이 쏟아져 나왔고, 네이버에서 라이브 경기 중계도 무료로 시청 가능했다. 그때 여러 정보들을 접하며 다저스와 여러 선수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선수들이 많은 이 팀에 애정이 생겼고 매일 같이 경기 일정과 스코어, 하이라이트, 관련 기사들을 챙겨보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다저스 경기 시청은 반드시 해야 하는 하루 일과가 되었다. 재작년부터는 류현진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도 함께 보고 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다저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여행 기간 중에 홈경기 일정이 없었다. 너무 아쉬웠지만 캐나다 여행 일정이 있어 블루제이스의 경기를 예매했고 MLB 경기를 처음으로 직관한다는 것 자체로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정에 없던 일이었는데, 꿈만 같게도 다저 스타디움(Dodger Stadium)에 가게 되었다.
LA에서의 셋째 날 일정을 함께 동행해 주신, 현지에서 오래 살고 계시는 남편 지인분께서 우리가 다저스의 팬인 걸 아시고 경기장 구경이라도 하자며 경기장에 데리고 가주셨다. 그분은 박찬호 선수가 다저스에 있을 때 경기를 많이 보러 가셨다고 하셨다.
다저 스타디움으로 가는 길에는 빈 스컬리 에버뉴, 곳곳에 걸려 있는 선수들의 사진, 2022 MLB 올스타 게임 광고 등을 볼 수 있었고 점점 흥분되었다. 올해는 MLB 올스타 게임이 42년 만에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여담으로, 작년에는 올스타 게임이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에서 열렸는데, 로키스 팬들은 LA 다저스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수들이 호명되자 야유를 했다. 당시 로키스는 지구 하위권이었기 때문에 팬들이 아쉬운 마음을 야유하며 표현했다고 생각되었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올스타 경기 광고를 보니, 작년에 야유를 들은 다저스 선수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이 장면이 담긴 2021 MLA 올스타 게임 유튜브 영상을 게재했었으나 비공개로 전환되어 매우 아쉽다.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들을 호명하는 장면이었다. 로키스 선수 호명에 관중들이 환호하다가 다저스 선수들을 호명하니 큰 야유가 시작되었던 장면. 야유를 들으면서 선수들은 멋쩍은 듯이 웃었었다.)
게이트를 지나 경기장으로 올라가다 보면 장관이 펼쳐진다. 전날 The Getty Center(더 게티 센터)에서 멋진 뷰는 볼 만큼 봤다고 생각했는데, 다운타운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풍경을 보며 또 다른 선물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경기장 입구 앞에 있는 선수들의 사진을 보며 감동했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무키 베츠(Mookie Betts)의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심장이 계속 뛰었다. 실제로 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좋을까. 지금도 다저스의 경기 중에 무키 베츠 선수가 활약하면 이 사진을 떠올리며 한 마디 한다. "나 무키 사진 앞에서 사진 찍었어!"
무키 베츠는 2020년 다저스가 월드 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 지대한 공헌을 했던 선수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트레이드되어 오면서 공격, 수비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 시즌에서 여러 차례 보여주었던 그의 호수비가 가장 명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MLB 경기를 보며 '재키 로빈슨 데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은 MLB 최초의 흑인 선수로 브루클린 다저스(LA 다저스의 전신)의 선수였다. 지금은 MLB에서 다양한 인종의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하지만 재키 로빈슨이 선수로 있던 1950년대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기로 많은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뛰어난 성적을 냈고 그의 등번호 42번은 MLB 전체 구단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었다. 재키 로빈슨 데이에는 MLB 모든 선수가 42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한다.
사실 다저 스타디움에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고, 경기장 안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투어를 현장 신청한 덕에 경기장뿐만 아니라, 프레스 박스, 트로피 갤러리, 인터뷰 룸, 심지어는 선수들의 락커 룸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투어를 끝마치지는 못하고 중간에 나와야 했지만(센터 플라자와 인필드를 구경하지 못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팀의 구장을 둘러볼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눈에 담아두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다저 스타디움 투어는 원래 예약을 해야 한다(성인 1인 $25). 우리는 예약하지 못했지만 마침 투어가 막 시작되어 혹시 참여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굉장히 비싼 가격을 부르며 그 비용을 내면 투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비용을 현장에서 내고 투어를 시작했다.
덱으로 들어가니 20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며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 투어 예약 사이트
<투어 순서>
- 탑 덱: 사진을 찍어준다. 찍은 사진은 나중에 $25를 내고(카드 결제 가능) 구매할 수 있다.
- 프레스 박스, 중계석
- 다저스의 역사가 기록된 홀
- 트로피 갤러리
- 인터뷰 룸
- 락커 룸
- (이후에는 투어를 하지 못했다. 아마 센터 플라자와 인필드일 듯하다.)
다저 스타디움은 언덕을 파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산에 둘러싸인 경기장에 한 눈에 내려다보였고 선수들이 소개되는 전광판이 눈앞에 크게 보였다. 탑 덱에서뿐만 아니라 빈 스컬리(Vin Scully)가 중계하던 곳(프레스 박스)에 직접 앉아 경기장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얼마 전인 22년 8월 2일, 빈 스컬리는 고인이 되셨고, 다저 스타디움(Blue Heaven)에서는 67년 간 다저스를 중계했던 그를 온 마음을 다해 추모하였다.
트로피 갤러리에는 월드 시리즈 우승 트로피, 사이 영 트로피, 골드 글러브, 실버 슬러거 등의 트로피가 전시되어 있었다. 2020년 월드 시리즈 우승 트로피, 무키 베츠와 코디 벨린저의 골드 글러브, 커쇼가 받은 3번의 사이 영 상 트로피를 모두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반가웠던 것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선수인 잭 그레인키의 골드 글러브 트로피였다. 지금은 데뷔할 때 소속되어 있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선수이지만 그가 다저스에서 골드 글러브, 실버 슬러거를 수상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특히 그레인키는 투수인데도 타격을 잘해서 내셔널 리그 야구의 매력을 보여주었던 투수였다. 지금은 내셔널 리그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안타 치기를 기대하던 때가 그리워졌다.
인터뷰 룸과 선수들의 락커 룸도 볼 수 있었다. 락커 룸 안으로 들어가거나 사진 찍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서 밖에서 눈으로 볼 수만 있었다. 선수들의 유니폼과 신발까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니 선수들을 마치 직접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투어에 끝까지 참여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순간순간이 감동의 연속이었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직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고, 다시 LA에 오게 될까?라는 생각이 LA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LA 여행] 마무리하며: 2박 3일 일정, 비용과 물가, 못다 한 이야기 (0) | 2022.09.04 |
---|---|
[LA 여행] 할리우드(Hollywood), 다운타운(Downtown) (2) | 2022.08.20 |
[LA 여행] The Grove(그로브 몰), The Original Farmers Market(파머스 마켓) (0) | 2022.08.06 |
[LA 여행] 브런치, 더 게티 센터(The Getty Center) 예약 및 후기: 팁 8가지 (0) | 2022.07.30 |
[LA 여행] 한인 택시 vs Lyft(리프트), Cassell's Hamburgers, Santa Monica(산타 모니카) (2) | 2022.07.23 |
댓글 영역